변방의 문지기
이름을 물으면서
쓰다듬듯 하나씩 그 이름을 외우면서
천천히 숲길을 걸었습니다
나무들은 정정한 두 팔로 창공을 받들고
열손가락 양산처럼 펼치고 섰습니다.
이불 속에 다리 벋어 뿌리를 얽으면서
마음 놓고 어우러져 울울 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새 소원 하나 빌었습니다
맑은 영혼 하나만 좋이 지켜서
나무 나라 변방의 문지기가 되게 하소서
평생을 선 채로 잠든다 해도
말없이 기다려 순명하는 나무,
오로지 나무만 되게 하소서
잎사귀가 흔들리면 초록 종이 울리고
취초의 허락처럼 퍼지는 코러스가
내 가슴 과녁 저 깊은 안창까지
막힐 듯 뚫릴 듯 소용돌이칩니다.
이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