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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씻다 ―山詩 2

 

                        산이 지나가다가 잠깐

                        물가에 앉아 귀를 씻는다

 

                        그 아래 엎드려 물을 마시니

                        입에서 산(山)향기가 난다

 

                        /이성선(1941~2001)

 

산은 꿈쩍도 않을 것 같은데 그 육중한 산이 지나간다고 썼다. 수면에 비친 산은 구름처럼 흐르고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아무튼 산은 산객(山客) 혹은 산인(山人)처럼 물가에 앉아 세파를 씻어내려는 듯 귀를 씻는다.

   귀를 씻은 후에 상반신을 아래로 굽혀 바닥에 대고 맑게 솟은 물을 마신다. 입안에서는 싱그러운 산의 냄새가 난다. 산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는 어떤 것일까. 시인은 산을 '저 큰/ 비어 있는 사람'이라고 썼으니 산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는 아마도 덜 욕심 부리고, 덜 분별하는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인이 다른 시편에서 '산에 와서 문답법을/ 버리다//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는 것// 그렇게 길을 가는 것// 이제는 이것뿐'이라고 쓴 것처럼 봄 산에 들거든 생각과 말을 좀 줄여도 좋겠다.

   /문태준;시인 /그림;김성규/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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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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