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糕(화고) 꽃지짐
當筵不厭近爐烟(당연불염근노연)
잔치가 열릴 때는 화롯불에 바짝 붙어도 좋아
抟麵油铛耐可煎(단면유당내가전)
기름 두른 솥 위에 쌀가루 뭉쳐서 지짐을 부쳤네.
疊蘂渾成單葉白(첩예혼성단엽백)
꽃술을 포개어 하얀 꽃잎사귀 멋지게 만들고
攤錢稍大五銖圓(탄전초대오수원)
동전을 흩뿌리듯 둥근 엽전보다 더 크게 펼쳐놨네.
始撈流濕停簞上(시로유습정단상)
기름기 떨어지는 것을 막 건져내 소쿠리 위에 얹어놓고
乘熱輕明響齒邊(승열경명향치변)
부드럽고 따끈할 때를 놓치지 않고 이로 물어 아삭아삭 씹어 먹었네.
縱道啖花無色味(종도담화무색미)
꽃을 먹는다는 것이 멋도 없고 맛도 없다 말할지라도
此糕只似愛名然(차고지사애명연)
꽃지짐이란 그 이름이 좋아 이 떡을 그렇게 먹었는가 보다.
'주영편(晝永編)'의 저자 정동유(鄭東愈·1744~1808)가 지었다. 봄이고 가을이고 꽃이 필 때면 꽃잎을 따다가 지짐을 해먹었다. 먹는 즐거움에 보는 기쁨까지 선사하는 별미였다. 시인은 여성이 해다 주는 것을 먹기만 해도 됐을 텐데 거기에만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만들었다. 꽃잎을 따다 엽전보다 조금 크고 둥근 떡 위에 얹으면 예쁜 꽃무늬가 만들어졌다. 기름을 두른 솥에 지져내어 조금 식힌 뒤 입에 넣으면 치아 사이에서 맛있게 씹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밖으로 나와 꽃지짐을 즐기는 어느 날 풍경이 군침을 돌게 한다.//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그림;이철원/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