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아, 못다 한 혼령들 모여
기어이 피 토해 운다
아리고 쓰린 가슴 부여안고
막막한 허공을 떠돌더니
지나가 버린 생애 그 뒤안길에서
혼신을 불사르며 오열한다
인류의 원죄는 기하급수로 팽창해 수십억
그 수십억 혼령들의 비애가 뒤엉킨
저 핏빛보다 진한 노을을 보라
치밀어 목메는 설움
우리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 지
우리 영원히 무지한 채로
목마른 갈증으로
스스로를 태우다 쓰러져 가야 할
우리들 숙명
목이 메는 혼령들의 비애가 뒤엉킨
저 붉게 타는 노을 앞에 묵념하라
묵념하지 아니한 자
노을이 들려주는 장엄한 노랫가락 듣지 못하리
/임봉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