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주의 커다란 손이 봄을 풀어 내릴 때. 계절을 조이고 푸는 크나큰 손의 위업을 새삼 느끼는 즈음이다. 그런 속에서도 자꾸 헐거워질 때가 있다. 이 궤도를 소리 없이 '이탈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때마다 느슨해진 것들을 정신이 번쩍 들도록 비틀고 조이는 또 다른 손 같은 '바이스 플라이어'. '녹슬고 닳아'진 것들이야말로 그 공구(工具)의 입술에 갇힌 채 조임을 받아야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완을 새로운 긴장으로 재무장시키는 자신만의 '바이스 플라이어'. 우리 일상에서도 뭔가 헐거워진다 싶으면 다시 조이는 비장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도처에 터지기 시작한 꽃 사태에는, 그 앞에서 도리 없이 '가슴이 무너져 내릴 때'에는, 어떤 '바이스 플라이어'를 대령해야 할까. //정수자;시조시인/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