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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다음에 오는 열차처럼 15분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그때마다 나타나는 상냥한 그녀는 시간의 문지기 같다 누구라도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정확한 곳에 줄을 서 있었다 빨간 소화기는 20세기 골동품 같다 사람들은 수초에 감긴 인어처럼 이상하고 신비해진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온 듯 거대한 유리병 같은 빛의 타워에 외국인들이 많았다 걱정이 없어지는 과자를 먹으며 전생처럼 멀어지는 기분…… 어디선가 경음악에 감싸여 제2외국어가 흘러나왔다 /김행숙
탑처럼 높게 만든 구조물이 있다. 그 타워를 상하로 왕복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15분마다 운행한다. 사람들은 열을 지어 기다렸다 그 엘리베이터를 탄다. 엘리베이터는 거대한 유리병 같은 구조물을 오르내린다. 혹은 엘리베이터는 투명한 유리병 같은 겉모양을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구조물 꼭대기에 올라 탁 트인 전망을 즐길 것이다. 이 시에서처럼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탄 승객일지도 모른다. 시간이라는 엘리베이터를 탄 관광객일지도 모른다. 우리를 태우러 미래로부터 이동해 온 엘리베이터는 우리를 태워 현재로부터 가마득하게 멀어져 간다. 시간을 살아가는 경험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의 그 거리 이동 경험과 같다고 여긴다면 현재의 시간이 아주 실감이 나고 각별할 것이다. //문태준;시인/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