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산과 헤어지고

시 두레 2015. 2. 26. 05:25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갑산과 헤어지고

 

心悲不敢醒時別(심비불감성시별)

                           마음이 너무 슬퍼 맨 정신으로 도저히 못 헤어지고

醉別醒來只益悲(취별성래지익비)

                            술에 취해 헤어진 뒤 깨고 나선 슬픔만 더해지네.

城上高樓城裏樹(성상고루성리수)

                                      성 위의 높다란 망루며 성안의 큰 나무여!

未曾回首過江時(미증회수과강시)

                                   강을 건너면서 머리 돌려 작별도 못 했구나!

 

   초원(椒園) 이충익(李忠翊·1744~1816)이 1779년 봄에 현재의 북한 갑산군을 떠나며 지었다. 1755년 을해옥사(乙亥獄事)에 연루돼 그의 생부는 영남 기장으로, 양부는 갑산으로 유배됐다. 그때부터 그는 국토의 남북 양끝을 오가며 봉양의 세월을 무려 20년 넘게 보냈다. 1778년 11월 양부가 유배지에서 사망하자 다음해 봄 고향으로 시신을 모시며 드디어 갑산과 영이별했다. 갑산은 악몽 같던 청춘을 소비한 끔찍한 곳. 그러나 사람도 풍경도 담뿍 정이 들었다. 만감이 교차하여 맨 정신으로는 떠날 수 없다. 이별주를 마다 않고 마셔 만취한 채 떠나고 말았다. 깨고 나니 오히려 더한 슬픔이 밀려온다. 내 힘겨운 청춘을 지켜보던 망루며 나무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젊은 날의 풍경이 너무도 초초(草草)하게 가슴속에 묻히고 말았다./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조선일보

: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렛길  (0) 2015.02.28
어떤 신神  (0) 2015.02.27
역전·1. 역전·2  (0) 2015.02.25
백년전쟁  (0) 2015.02.24
수치포구  (0) 2015.02.23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