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포구

시 두레 2015. 2. 2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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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포구

        만(灣), 등이 휘도록 늙었으나 우묵한

        가슴엔 군데군데 섬이 씹힌다. 질긴,

        질긴 해소기침을 문 파도소리에 또 새벽은 풀려서

        연탄가스 냄새 나는 색깔이다.

        푸르스름한 풍파의 주름 많은 남루,

        때 전 한 이불 속 발장난 치며 들썩대며 킬킬거리다

        가랑이 서로 뒤얽힌 채

        밤새도록 곤히 잘 잤을 것이다. 쿨룩쿨룩 떠오르는

        남해 여러 섬, 큰놈 작은놈

        핏줄 당기듯 또 깨어나는 것이다. /문인수

 

   바다가 육지 속으로 활등처럼 휘어 파고들어 온  바다 마을을 노래한 시인데, 가난한 가족의 풍경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때에 전 이불 속에서 장난치느라 웃음을 겨우 참으며 입속으로 웃는 형제 혹은 자매가 그려진다. 그리고 생계를 잇느라 등골이 휜, 밭은기침을 내뱉는, 몰골이 수척한 부모가 그려진다.

   바다가  큰놈 작은놈의 섬을 거느리고  둥글게 껴안듯이 부모는 낳은 아들딸을 두 팔로 감싸 품에 안는다. 그 덕에 자식들은 곤한 잠에 빠졌다가도 새날 아침이면 섬처럼 다시 깨어난다. 한 이불 속에서 깨어나 큰놈 작은놈이 까만 얼굴을 마주 보곤 또 킬킬거린다. 설 때여서 그런지 이 시가 마음을 애틋하게 한다./문태준;시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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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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