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허리에 걸려
구부정하게 등 굽은 할머니
키보다 더 큰 폐지 묶음을 끌고
건널목을 건너는 데
빨간 신호로 바뀐 지 오래건만
아직 반도 못 건넜다
위태위태하다
일 킬로에 백 사 십 원
십 킬로에 천 사 백 원
시장 안 강화식당 된장백반은
오천 원
저녁밥값은 벌었는지
커다란 폐지 묵음에 끌려가는
할머니
오늘 하루 해 떨어지는 것이
아슬아슬하다
/정의홍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