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는 한자로 써야 제 맛이다. 雨水, 비 내리는 모습에 소리까지 겹쳐지는 묘한 울림. 긴 겨울의 끝을 알리는 소리에 봄빛을 얹어 듣기 때문이겠다. '한 장 창호지 밖에 나직이 듣던 음성'이야 옛 얘기지만, 우수절 빗소리는 꽃 소식처럼 임 소식처럼 여전히 반가운 봄의 전령이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 빗소리 따라 남북의 두꺼운 얼음도 풀리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면 명절에 하염없이 북녘이나 바라보던 깊은 수심도 다 풀릴 텐데. 오래된 그리움들에 '새 피가 돌아' '청매화' 같은 봄으로 피어나길 다시 또 간절히 불러본다./정수자;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