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신년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한평생을 지내는 듯한
나의 태평스런 모습
그래요, 나는 뭔가를 이루려고
안달하지는 않습니다.
햇살과 별빛과 달빛
비와 이슬과 서리
바람과 새와 벌레들....
나의 몸에 와 닿는 어느 것이라도
묵묵히 받아들일 따름이지요.
무심(無心)!
이 보이지 않는 힘 하나에 기대어
나는 어제도 오늘도 말없이 살아갑니다.
마치 죽은 듯이
속살 깊이
세월의 주름살 같은
나이테 하나씩 지으며
나는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정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