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새댁인 영세 호앙
전통 치마 한 벌과 1달러 지폐 몇 장뿐
그녀의 소지품 중엔 주민증이 아직 없다
남편과 정성 들여 일구는 농장처럼
손끝에 꽃잎 깁듯 자투리 천 덧대가며
한 올씩 그리움 꿰매 조각보를 만들었다
접고 펴다 뒤틀어져 풀려나간 생의 조각
다독이듯 매만지며 이어 덧댄 개미상침
오방색 바둑무늬로 환한 봄빛 걸려 있다 /서정화
큰 추위 없이 1월이 가나 했더니 반짝 추위가 친다. 겨울이면 농장은 비닐하우스 난방비 부담이 커져 한파와 눈이 제일 무섭다.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새댁 '영세 호앙'도 추위를 몇 겹으로 겪어냈겠다. 하지만 '전통 치마 한 벌과 1달러 지폐 몇 장뿐'인 그녀의 겨울나기도 조각보가 있어 조금 따뜻해질 듯싶다.
자투리를 잇대 만드는 조각보. 버려질 헝겊들이 만나 새롭게 이뤄내는 조각보는 문양과 색깔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세계 어디 내놓아도 감탄할 재활용 지혜와 미감이 낳은 우리 특유의 예술품이다. 그중에도 캄보디아 새댁의 조각보라면 문화를 잇대는 문화적 조각보처럼 각별한 매력이 있겠다. 그런 과정을 넘어가며 그녀의 봄도 '오방색'처럼 환해지리라. /정수자;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