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얼굴이 흐른다.
너의 얼굴이 비낀다.
너의 거울. 너의 얼굴.
나는 너의 얼굴을 찾아
세상을 떠돌았다.
낙엽이 흐를 때.
새가 솟을 때.
나는 어디에서나
너의 얼굴을 만졌다.
나는 어디에서나
너의 얼굴 안에 있었다.
아무것도 지우지 못했다.
너는 언제나 잊히는 얼굴 하나였다.
나는 그날 너의 얼굴을 걸었다.
바람은 같았다. /이준규
당신은 도처에, 어디에나 있다. 낙엽이 핑그르르 돌며 떨어질 때나 한 마리 작은 새가 하늘의 악보에서 음표처럼 솟으며 기쁨을 노래할 때에도 당신의 얼굴은 있다. 무엇인가 탄생하거나 무엇인가 소멸할 때에도 당신의 얼굴은 있다. 이 세계의 미세한 움직임과 사건 하나하나에 당신의 얼굴은 들어 있다.
그리고 당신의 얼굴은 나의 거울에도 담겨 있다. 나와 당신은, 나와 세계는 서로 이어져 서로 친밀하게 주고받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이에는 만감(萬感)이 있다. 당신은 나의 내부에 있다. 우리는 서로의 내부에 있다. 우리가 서로의 거울 안에서 풍경처럼 흐르고 있다니! /문태준 시인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