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불

시 두레 2015. 1. 17. 05:04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밑불

 

 

                 다 썩은 나무 등걸 뒹굴다 멈춘 자리

                 꽃눈 틀 나무들의 밑불이 되어주려

                 낮추고

 

                 더 몸 낮추어

                 묵묵히 때 기다리다

 

                 아래로 더 아래로 뿌리까지 내려가

                 단단한 맨몸 헐고 다 썩힌 거름되어

                 또 누구 살이 되려고

 

                 초록 길을 더듬나   /이숙례

 

   겨울나무는 왠지 쉬는 것 같다. 활엽수에 한해서지만, 무성히 길러 품었던 잎을 다 떠나보내고 묵묵히 서 있는 모습은 똑 묵상의 빈 몸 같다. 그런 모습 때문에 겨울나무에서 기도며 묵상의 분위기를 읽어낸 시가 많았나 보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 나무 내부에서는 쉴 리가 없다. 꽝꽝 언 땅 저 속에서도 생명의 일은 휴식 없이 이어진다니 말이다. 하물며 소임 다하고 '썩은 나무 등걸'도 다시 '꽃눈 틀 나무들의 밑불이 되어주려'고 한껏 몸을 낮춰 또 가지 않는가. '아래로 더 아래로' 계속 썩으며 내려가 결국 뿌리에 닿아 어떤 존재의 거름이 되는 일. 그처럼 나무에는 기꺼이 다 주고 가는 성자의 모습이 있다.

   어쩌면 1월도 그런 밑불의 때 같다. 계절의 방학 같은 삼동(三冬) 가운데서 깊이 썩다 보면 밑불로 지펴질 수 있을까. 그렇게 스스로 거름이 되면 더 싱싱한 새봄을 키우려니.  

    /정수자:시조시인 /그림;이철원 /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아침  (0) 2015.01.19
새해 새날은  (0) 2015.01.18
새해엔 새 마음의 눈으로  (0) 2015.01.16
바보처럼 웃으리  (0) 2015.01.15
雪裏獨酌(설리독주)눈 속에서 홀로 술을 마시다  (0) 2015.01.14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