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곶 야경
어둠을 쓸고 쓰는 등대불빛 잦은 비질에
흰 갈기 세운 파도 아기고래 떼 업고 온다
내륙은 사부작사부작 밤새 젖 물려주고
띠배에 실어 보낼 젯밥을 지으려고
수만 섬 별을 쏟아 스륵스륵 씻는 소리
끝없이 헹궈낸 뜨물 해안 띠로 둘렸다 /박영식
간절곶. 이름만 들어도 뭔가 간절해지는 곳. '긴 간잣대처럼' 보인대서 붙은 이름이라거나 해돋이 명소라는 이름값보다 가슴에 더 깊이 닿는 게 바로 '간절'이 깨우는 파문이다. 그래서일까 간절함 쪽으로 끌리는 시인들이 시도 꽤 남겼는데 그중 천양희 시인의 '간절곶'이 긴 울림으로 당기곤 했다. 정말 별 사연이 없어도 간절히 와서 철썩이는 이름이 아닌가.
그런 곳의 등대는 '어둠을 쓸고 쓰는' 비질도 남다른가 보다. 불빛 지나는 모습을 비질로 읽으니 그 속에 어머니 마음까지 담기는 느낌이다. 그 끝에서 '아기고래'도 떼를 지어 오는지, 끊임없이 몰려오는 파도들이 흰 갈기를 눈부시게 펼쳐든다. '띠배에 실어 보낼/ 젯밥을 지으려고' 하늘도 '수만 섬 별을 쏟아' 씻는다니 해안에 흰 뜨물 띠가 둘릴 만도 하다. '스륵스륵' 씻는 소리도 그렇지만 등대의 비질이 오늘 밤도 간절히 이어지겠다. /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