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림자

시 두레 2014. 12. 2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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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그림자

 

그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래도 그에게

온갖 이야기를 털어놓고 간다

 

자신의 비밀과 허물을

뱀처럼 벗어 놓고서

다행히 그에겐 모든 걸 숨겨 줄

깊은 골짜기가 있다

 

그런 그가

깊고 조용한 그녀를 보는 순간

그동안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다 풀어놓고 싶어졌다

 

어머니의 고요한 품을

더듬어 찾듯이

그 응달에

다 풀어내고 싶어졌다 /이순희

 

   모든 사람에게는 근심이 새로이 생겨난다. 근심은 솟는, 푸른 우물물처럼 깊고도 은밀하다. 그 근심을 당장 누군가의 앞에 꺼내놓기는 참으로 어렵다. 흉금을 털어놓고 말할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근심은 쌓여간다.

   산 그림자 같은 사람이 여기 있다. 조용한 인품을 지닌, 어머니처럼 어질고 넉넉한 품을 지닌 사람. 은은하고 깊은 눈의 사람. 마음이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 차차 넓게 젖어 퍼지듯이 가까이에 와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 남의 허물을 몰래 덮어주는 사람. 인정 많고, 너럭바위처럼 펀펀한 사람.

   저 먼 산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산 그림자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 만나 근심을 물건처럼 꺼내놓고 싶다. 그러면 굳은 근심은 사르르 풀리리.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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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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