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종 한적한 시골시장 오래된 묵밥집에 백발의 할매 할배 나란히 앉아 있다 둥그런 엉덩이의자에 메뉴도 한 가지뿐
반 그릇도 남을 양을 한 그릇씩 놓고 앉아 한 술을 덜어주려 그 반 술을 흘려가며 간간이 마주보면서 파아 하고 웃는다
해는 무장무장 기울어만 가는데 최후의 만찬 같은 이승의 저녁 한 끼 식탁 밑 꼭 쥔 두 손이 풀잎처럼 떨고 있다 /김영주
해는 저물어가는데 어느 묵밥집의 두 노인은 아직 한창이다. '나란히 앉아' 묵밥을 덜어주는 모습이 한 생(生)의 그림 같다. '한 술을 덜어주려 그 반 술을 흘'리는 모습도 지극하지만 '간간이 마주보면서 / 파아 하고 웃는' 정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게 오랜 세월 부대끼며 건너온 늙은 양주(兩主)의 노을빛 동행이고 묵화 같은 '만종'이리라. 그렇게 '최후의 만찬' 같아도 '이승의 저녁 한 끼' 나누는 모습을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골방의 컴컴한 혼자(의) 나날이 아니라 느릿느릿 손잡고 나가 자시는 노후 앞에는 골목도 시장도 덩달아 덩실대겠다. 한 해 마무리 종소리도 조금 더 따습겠다. 언젠가 '저 강을 건너'는 날까지 그러하길 비는 연말-. 새해는 부디 모두가 더 따뜻하시길! /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