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길이 환해질 때
덤불 우거지고 잡풀 웃자라
이 골이 저 골 같고 저 골이 이 골 같아서
도무지 찾을 길 없는 길을
아버지는 어찌 알고 저리 수이 오르시는가
덤불 우거지고 잡풀 웃자라
표식도 없고 비석도 없어
도무지 경계 없는 무덤을
아버지는 어찌 알고 저리 수이 찾으시는가
- 아버진 어찌 그리, 길도 무덤도 잘 찾으요?
- 늙으면 저승길이 환해지는 법이다
우거진 덤불과 웃자란 잡풀들
아버지, 낫으로 베어낼 때마다
조금씩 환해지는
알몸의 길이여
알몸의 무덤이여
/박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