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시 두레 2014. 10. 2.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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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주름 가득한
                더운 날 부채 같은
                추운 날 난로 같은
                미소에 잔물결 일고
                대소에 밭고랑 생기는
                바람에 강하고
                물에 약한 창호지 같은
                달빛 스민 빈방 천장 같은
                뒤꼍에 고인 오후의 산그늘처럼
                적막한
                공책에 옮겨 쓴 경전 같은
/이재무

 

   피부가 쇠하여 얼굴에 잔줄이 생긴 사람이 여기 있다. 세월의 풍상고초로 주름 잡힌 얼굴이 여기 있다. 주름을 펴고 주름을 없애는 이들도 있으나 주름은 솔직해서 얼마나 좋은가. 더울 때에도 추울 때에도 자연스레 맞추어 응할 줄 아는 사람이 여기 있다. 어느 때에는 시원스럽고, 어느 때에는 온화하고 화창한 기색이다. 빙긋이 웃을 때에도 크게 웃을 때에도 주름이 얼굴에 물결처럼 인다.
   매운 세상살이에는 꿋꿋하고, 배어들어 젖게 하는 일에는 한없이 착해지는 사람이다. 그러나 때때로 마음의 천장에, 마음의 뒤뜰에 고요하고 쓸쓸한 심사도 거느릴 줄 아는 사람이다. 성스러운 신전도 높은 곳에 모실 줄 아는 큰 영혼이다. 스스로 완성된 사람이라 할 것이니 우리 미래의 얼굴이 이와 같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문태준;시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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