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건축 1

시 두레 2014. 9. 25.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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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건축 1


                    한 알갱이가

                    한 화분 속에서

                    한 덩어리 되어

                    한 뿌리를 살리는 것이다


                    한 방울이

                    한 뿌리로 스며

                    한 송이를 피우는 것이다

                    한 덩어리 속에서

                    한 알갱이는

                    가만히 잊어져야 더 좋은 것이다  /이향지

 

   작고 동그랗고 단단한 흙 알갱이가 식물의 뿌리를 살린다. 작고 둥글게 맺힌 한 방울의 물이 뿌리를 적셔 살리고 꽃을 피운다. 시인이 시 '흙의 건축 2'에서 썼듯이 "흙은 제 몸의 물기를 모두 짜서 작은 식물에게 먹였던 것"이다. 흙은 식물의 실뿌리들을 껴안아 천천히 그러나 노련하게 식물을 살려내고, 살아 있게 한다. 그러나 흙은 식물을 살리고 스미고 피우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식물의 일부가 되어 잊히게 함으로써 건축을 완성한다.
   자연인 흙과 또 다른 자연인 식물과의 관계는 서로 혜택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지 않다. 오히려 식물은 흙으로부터 시혜를 받는다. 자신을 헐어 다른, 산 것을 무성케 하는 것이 흙의 건축학이다. 흙은 자신의 기운과 활력을 흙 아닌 것을 위해 사용한다. 흙은 생명의 어머니이다. /문태준;시인 /그림;이철원/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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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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