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파릇하던 벼이삭도 어느새
누렇게 잘 익은 알곡으로
고개 숙인 아침 /이슬 머금은 들녘의 고향
주렁주렁 달린 무게를 못 이겨
축 늘어진 뒤뜰의
노릇노릇 익어가는 감나무 사이로
방긋이 고개 내민 한가위 아침
이른 봄 취했던 쑥 넣어 반죽하고
팥앙금에 고소한 밤 넣어
가족들 마주 앉아 도란도란
예쁘게 송편 빚는 즐거움
알록달록 뾰족코 예쁜 꽃고무신
추석빔으로 사 오시는 아버지
기다리는 한가위의 저녁 무렵은
날아갈듯 기쁜 날이었습니다.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귀뚜리 찌르레기의 노랫소리에 흥을 돋우며
가족들의 재잘거림으로 북적한
한가위의 저녁 고즈넉한 시골
고향의 밤은 정겨움으로 무르익어 갑니다.
/박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