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외로움이 내게 다가와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은은하게 조금은 무뚝뚝하게
외롭다고 한마디 하네
외로움이 죽음에게
내가프랑스 루르드 성당에서 사 온
종을 살짝 쳐 주었는데
그게 그렇게 깊은 물소리가 나는 거야
다시 오면 이스라엘 성당 종을
그 다음엔 연둣빛 새잎 하나를 손에 쥐여 주었는데
그 담엔 내게 오지 않았어
그 소리를 다 들으려면
세 번의 생은 다 가야 할 테니…… /신달자
이 시는 올해 유심작품상 수상작이다. 누구나 외로울 때가 있다. 외로워 흐릿해지고 무력해지고 미약해질 때가 있다. 시인은 그러할 때 종소리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쇠로 만든 종에서 희한하게도 흐르는 물의 소리가 나더라는 것이다. 맑은 생명의 소리가 나더라는 것이다. 시인은 가까이 다가온 외로움에게 새 생명의 연둣빛을 건네주기도 했다고 한다.
종소리는 언제 들어도 신성하다. 영혼을 높고 거룩한 영토에 머물게 한다. 어둠으로부터 몸을 빼쳐 달아나온 새 생명의 움직임도 숭고하고 경이롭기는 마찬가지다. 종소리의 파동과 새잎의 움틈은 생 전체를 앓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고통에 대해 선각(先覺)한 것이 있다 하겠다. /문태준 ; 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