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현상 보고서
해종일 끓고 있는 국밥집 간판 아래
가난을 휘휘 저어 한 술 세상 퍼올린다
바람이 물살 밀고 와 흐린 창을 닦는다
무겁게 몸을 트는 강물에 빠진 태양
녹색 이끼 감아쥐고 가쁜 숨 몰아쉰다
폐수에 실려 나오는 변종된 유색 포자
체류기간 길게 늘인 그림자로 떠돌면서
기꺼이 먹이가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
뒤엉킨 생태사슬을 힘껏 당겨 풀어낸다 /조은덕
녹조가 전국의 강을 뒤덮어간다. 멀리 보면 풀밭처럼 평화로운 녹색이 가까이 보면 역겨운 파괴라니 녹(綠)의 아이러니다. 그래서 '녹조라떼'를 처음 썼을 때 자조가 어렸지만 절묘하다고들 했다. 그런데 그걸 누구에게 먹여야 하나, 짚어보면 큰 책임 뒤에 작은 책임이 또 줄줄이다. 끈끈한 먹이사슬 속에 녹조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녹조 아래 큰빗이끼벌레도 큰 문제다. 보에 갇힌 물 흐름이 느려져 큰빗이끼벌레가 크게 늘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무겁게 몸을 트는 강물에 빠진 태양' 이상으로 부풀며 증식하는 이들은 천적도 없다. 녹조 강물도 끔찍하지만 무슨 일이 곧 터질 듯 물속은 소름이 끼친다. 체류 시간 길어지는 녹조며 큰빗이끼벌레들 해결할 길은 멀고, 더위도 갈수록 더하다. /정수자;시조시인 /조선읿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