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잠결에 강물이 건너편 벼랑을 만지는 소릴 들었다
누가 소를 앞세워 새벽 강을 건너나보다.
저 언덕으로 물살을 밀고 가는 소리
가슴팍으로 물굽이를 부수는 소리
강물에서 거름 무더기같이 김이 오를 때다
홍수가 모래밭의 한 생을 범람하면
강둑에 쪼그리고 앉아 흙탕물에 담뱃재를 털면서
도시로 나가 리어카를 끌 생각을 하다가
눈 딱 감고
한 해만 던 속아 보자고
물진 들을 갈아엎고 가을무를 심을 참인가
가신 지 삼십년이 지난 아버지가 이 가을 첫 새벽
찬 강물에 몸을 담그시나보다
온 몸에 털구멍을 일으켜 세우며
갈비뼈가 시리다
/이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