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짝 하나 없는 껍질뿐인 집을 이고 흡사 팽이가 팽팽 돌다가 쓰러져 오래 잠드는 것처럼 오늘 밤도 느릿느릿 달팽이는 기어서 어느 꽃그늘 아래 잠드는가/박정남
이불과 몇 가지의 옷을 들고 다니는 노숙인을 본 적 많다. 큰 다리 아래서, 소공원 벤치에서, 지하도에서. 그들의 깡마르고 검은 얼굴에 흐르는 불안을 본 적 많다. 이 시는 한뎃잠을 자는 사람을 달팽이에 비유했다. 가옥(家屋)을 머리 위에 보따리처럼 이고 다니고 있다. 열고 들어설 문짝도 없는 빈 껍데기의 집이다. 팽이가 아찔하게 돌다 쓰러지듯이 혼곤한 잠 속으로 빠져든다. 꽃그늘이 드리워진 곳에서. 이 생기 없는 노숙자의 초상(肖像)은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정처 없이 유랑하고, 가파른 생의 비탈에서 두글두글 굴러 내린다. 우리의 영혼은 사랑과 이해라는 집채의 바깥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노숙한다. /문태준 :시인/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