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시 두레 2014. 7. 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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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몸보다도 훨씬 가벼운 

문짝 하나 없는
껍질뿐인 집을 이고

흡사
팽이가 팽팽 돌다가

쓰러져
오래 잠드는 것처럼

오늘 밤도

느릿느릿 달팽이는

기어서
어느 꽃그늘 아래

잠드는가     /박정남


   이불과 몇 가지의 옷을 들고 다니는 노숙인을 본 적 많다. 큰 다리 아래서, 소공원 벤치에서, 지하도에서. 그들의 깡마르고 검은 얼굴에 흐르는 불안을 본 적 많다.
   이 시는 한뎃잠을 자는 사람을 달팽이에 비유했다. 가옥(家屋)을 머리 위에 보따리처럼 이고 다니고 있다. 열고 들어설 문짝도 없는 빈 껍데기의 집이다. 팽이가 아찔하게 돌다 쓰러지듯이 혼곤한 잠 속으로 빠져든다. 꽃그늘이 드리워진 곳에서.
   이 생기 없는 노숙자의 초상(肖像)은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정처 없이 유랑하고, 가파른 생의 비탈에서 두글두글 굴러 내린다. 우리의 영혼은 사랑과 이해라는 집채의 바깥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노숙한다.

    /문태준 :시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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