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앞에서의 명상
종종걸음으로 따라 가던 우 집 염소는
한 치 앞을 알아채기나 했을까
아삭아삭 배추 잎을 베어 먹던 고놈
하늘아래 숨 받은 것은
밥이 되기 위해 밥을 먹는다
총을 맞고 사선으로 날아가던 콩새는 지금쯤
어느 숲에 떨어져 밥이 됐을까
옥수수 밭에 몸을 푼 고라니는 누구의
밥이 되기 위해 엄마의 길을 밟았을까
더듬이가 긴 징 개미는 볼록렌즈를 끼고
왜 그물망을 피해가지 못했을까
뱅어자반 속에 깨알처럼 박힌 눈알은
총 몇 개나 될까
태평양을 가르던 명태는 어찌하여
만삭의 알 보자기를 풀지 못한 채 잡혀 왔을까
칠산 바다에서 잡혀온 조기들은
어째서 하나같이 입을 벌리고 죽었을까
하늘 아래 숨 받은 것은
평생 밥을 찾아 떠돌다 밥이 되어 죽는다
나는 지금 누구의 밥이 되기 위해
퀭한 눈으로 밥 앞에 앉아 있는 것일까
하늘 아래 순한 짐승 되어 나도
밥이 되고 싶다, 따끈따끈한 하얀 쌀밥 같은
/김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