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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된 나무들은
그림자를 쪼개는데 열중한다
새들은 부리가 낀 곳에서
제 소리를 낸다
다른 방향에서 자란 꽃들이
하나의 꽃병에 꽂힌다
늙은 엄마는 심장으로
기어들어가고
의자는 허공을
단련시키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서
신맛과 단맛이
뒤엉킬 때까지 사과는
둥글어졌다 /이원
여기 꽃병이 하나 놓여 있고, 꽃병에는 여러 종류의 꽃이 꽂혀 있다고 상상해보자. 각각의 꽃은 빛깔이나 잎의 생김새, 향기가 제각각이다. 꽃병에 묶이듯이 꽂혀 있지만 각각 꽃의 독립된 면면이 훼손되지는 않는다. 꽃은 '단 하나'의 꽃으로서 온전하게 보호받는다. 사과 한 알이 막 익고 있다고도 상상해보자. 신맛이 들고 단맛이 들고 있다. 사과가 둥글게 익는다는 것은 이 여럿의 맛이 한데 혼합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맛들이 마구 섞이더라도 각각의 맛은 혀에 댈 때 마치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듯이 되살아난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전체와 그 전체를 이루는 일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차례나 위치, 역할, 이치 등도 충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한곳에 꼭 붙어 있는 것은 없다. 변경되지 않는 것도 없다.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문태준:시인/그림:박상훈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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