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설해목
몸은 무디어져 뻣뻣해지는 데
마음 밑뿌리부터 끓어오르는
저 환장하는 원죄,
그리움이 휘날리는 벚나무 아래서
내 그림은 승무를 춘다
하이얀 고깔은
꽃과 향기를 옥죄는 신들의 말씀
죄 없는 한지 찢어지도록
욕망의 그늘 색칠 한다
연분홍 색깔까지 덧바른다
바람은 창문을 뒤 흔들며
울부짖는다
살빛 꽃 이파리들 흔들어 깨운다
멀리멀리 날려 보낸다
날아가는 꽃잎들 맨발 시리다
내 그림에도, 봄밤에도 때 아닌
사월 눈발
그 아득한 눈 무게
툭, 마음 가지하나 부러뜨린다.
/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