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시 두레 2014. 2. 2.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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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작은 아씨여

            갓 꺾은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처녀여

           

            시든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늙은 여인이여

 

            죽어가는 꽃을 들고.

            승리자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자크 프레베르(1900~1977)


    다 몰라도 여자에게만은 잘 보이고 싶다. 잘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일생이 다 가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영원한 상처를 달래줄 의무가 있다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소박한 달관에 고개를 유난히 커다랗게 주억거리기도 한다. 영원한 남성의 결핍, 여성. 골병이 드는지도 모르고 덤벼드는 사랑. 눈앞에서 놓치기도 하는 사랑. 승리자인 줄 알았으나 돈냥이나 좀 있는 좀팽이였음을 금세 깨닫기도 하는 여자들. 그래서 다시 마른 꽃을, 아니 아예 플라스틱 꽃을 들고 서서 승리자를 찾는 여자들. 그 꽃을 차지하기 위해 말을 달리는 남자들.

    기혼자가 왜 이러시느냐고? 천국(天國)의 다른 이름이 여성이거든요. 죽기 전까지 못 가 보는. 그러니까 이 시(詩)의 지혜는 결코 승리자란 없다는 것이고요. 이 여자는 좀 어리석은 여자지요? 마지막에 "이 꽃을 알아볼 사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라고 했다면…. 하긴 그런 여자였다면 이미 스스로가 꽃다발이 되었겠죠?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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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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