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54.140201 깨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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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다윗이 나탄에게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
하고 고백하였다.
그러자 나탄이 다윗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임금님의 죄를 용서하셨으니
임금님께서 돌아가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임금님께서
이 일로 주님을 몹시 업신여기셨으니,
임금님에게서 태어난 아들은
반드시 죽고 말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나탄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주님께서 우리야의 아내가
다윗에게 낳아 준 아이를 치시니,
아이가 큰 병이 들었다.
다윗은 그 어린아이를 위하여
하느님께 호소하였다.
다윗은 단식하며
방에 와서도 바닥에 누워 밤을 지냈다.
그의 궁 원로들이 그의 곁에 서서
그를 바닥에서 일으키려 하였으나,
그는 마다하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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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임금은 우리에게
인간이 겪는
비참한 모습을 보여 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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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오만이 낳은 죄가
위대하고 고결했던 인물을
죄인의 자리라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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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경이 증언하는 다윗의 삶은
마치 고대 그리스 비극을 비롯한
인류의 위대한 문학 작품들이 거듭 증언하고 있는
‘인간 조건’의 생생한 예처럼 보이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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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이나 제약성을 말할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인간이 필멸의 존재라는 점,
인간의 삶이 우연성에 자주 좌우된다는 점,
인간이 세상사와의 관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등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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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윗의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인간의 불완전성은
바로 죄를 짓는다는 사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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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쌓아 온 덕망, 겨우 누리게 된 행복을
다른 사람의 탓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일시에 잃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전율하게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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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자기 자신이
자신의 삶을 망치는 원수였다는 것을 깨닫는,
진실의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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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성경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다윗은 자신의 죄에 대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준엄하게 선언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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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또한
인간의 죄가 불러일으킨 비참함의 심연에서
인간의 가장 큰 위대함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윗을 통해 알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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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은 끝없이 낮아져서
찢어지는 심정으로 자신의 죄를 고백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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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무거운 죄가
그를 절망과 죽음으로 이끌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도, 또 영웅적 오만으로
혼자서 죄의 결과를 짊어지려고도 하지 않는 가운데
오직 자신이
보잘것없는 죄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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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여기에서
인간의 가장 큰 위대함이 시작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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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자신의 처지를 살펴보고서
보잘것없는 죄인임을 깨달아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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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