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두레 2013. 12. 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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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헐거운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슬그머니 빠져나와 옆길로 새는 물

         속으로 꼭 견디다가

         울음이 된 그 시간

 

          2

         꽃병 속 미니장미가 고개를 꺾는다.

          바닥에 떨어지는 아주 얇은 비명 한 줄기

          떠나간 네 그림자가

          발목을 덮는다.

 

          3

          풀어진 동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른 입술 적시는 몇 모금 물의 감촉

          입가에 머문 말들이

          모래알로 박힌다.  /이송희

 

   어디선가 물이 샌다면 불안한 느낌에 빠진다. 뭔가 곧 무너질 듯 불길한 느낌도 스멀스멀 파고든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 결국 터지는 게 나오기 때문이다. 누수(漏水)라는 미세한 시작은 항상 더 큰 붕괴 같은 것을 내장한 불길한 균열이자 부식의 예고였으니 말이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도 촉각을 꽤나 돋운다. '속으로 꼭 견디다가 울음이 된' 시간이라면 더 깊이 꽂히겠다. '꽃병 속 미니장미'의 꺾임도 불길하게 닿을 때가 있다. '떠나간 네 그림자가 발목을 덮'을 이별의 징조였나. '마른 입술'로 차마 못 뱉은 '입가에 머문 말들'이 끝내 '모래알로 박힌다'니…. 그래서 '뚝'은 뭔가 떨어지는 소리이자 내 마음을 '뚝' 그치자는 다짐의 소리이기도 하다. 울음은 왜 꼭 '뚝' 그치라고 하지 않던가.    /정수자:시조시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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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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