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수의를 거풍시키신다
환하게 피워 올린 목련꽃 옆에서
빨랫줄에 걸린 흰옷이 펄럭인다.
어머니는 일 년에 한 번씩
수의를 거풍시키신다.
서랍 속에서 꽃 피우길 기다렸다가
바지랑 끝에서 날리는 삼베 조각들
한때 꽃이던 시절 있었다고
준비해둔 수의를
봄날마다 목련 꽃잎과 견주시면
안동포 조각들이 목련 빛으로 물이 든다.
변변한 옷 한 벌 없이 사시다가
큰 맘 먹고 구입하신
평상시엔 입지도 못하는 옷,
꽃이 진 자리에서
더욱 빛나는 당신은
앙상한 손길로
남은 생을 미리 다독이신다.
수의가 내다 걸린 하늘가
적멸로 가득 차다.
/김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