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팔자
'야들아, 나는 가만히 앉아서 먹고 자고
테레비나 보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팔자가 상팔자다'던 아버지
그 좋은 팔자 2년도 지긋지긋했던 모양이네
온 식구들 불러 모아 놓고
사돈에 육촌아재까지 불러놓고
그것도 부족해서 내 친구들까지 죄다 불러놓고
큰 홀 빌려서 사흘 밤낮 잔치를 베푸시네.
배포 큰 우리 아버지
우리에게 새 옷도 한 벌씩 척척 사주고
아버지도 백만 원이 넘는 비싼 옷으로 쫘-악 빼 입으시고
한 번도 타보지 못했던 리무진까지 타시고
온 식구들 대절버스에 줄줄이 태우고
수원 찍고 이천으로 꽃구경까지 시켜주시네
간도 크셔라 우리 아버지
이천 만원이 넘는 큰돈을
삼일만에 펑펑 다 써버리고
우리들 볼 낯이 없었던지
돌아오시질 않네
잔치는 끝났는데…
아마도 우리 아버지 팔자 다시 고쳤나 보네
/김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