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

시 두레 2013. 11. 3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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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그대에게 가는 길은

내 절반을 쪼개는 일

시퍼런 도끼날이

숲을 죄다 흔들어도

하얗게 드러난 살결은

흰 꽃처럼 부시다

 

대 곁에 남는 길은

불씨 한 점 살리는 일

바람이 외줄을 타는

곡예 같은 춤사위에

외마디 비명을 감춘 채

아낌없이 사위어 간다,

 

그대 안에 이르는 길은

기어이 재가 되는 일

화농으로 굳은 상처

달빛으로 닦다 보면

비로소 쌓이는 적멸,

솔씨 하나 묻는다.       /정경화

 

 

   추위가 벌써부터 시퍼렇다. 겨울 채비에 바쁠 때 덜 마른 나무라도 많이 쪼개야 했다. 나무 때던 시절 얘기지만, 뒤란이며 마당귀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장작은 겨울 양식같이 든든했다. 나무들 속살이며 무늬도 향기롭고 아름다웠다. 지금은 절 마당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런 장작은 불이요 꽃이다. 보고 있으면 모닥불 추억처럼 온몸이 뜨거워진다. 그래서 '그대에게 가는 길'과 '그대 곁에 남는 길'과 '그대 안에 이르는 길'이 장작불로 다 모이는가. '절반을 쪼개'고 '불씨 한 점'을 살려내서 '기어이 재'가 되는 길. 그런 전소(全燒)의 깨끗한 사랑도 있지만 장작은 군고구마의 구수한 추억도 주었다. 찬바람 드셀수록 장작불 함께 쬐던 벗들이며 군고구마 같은 마음들이 그립다.

     /정수자:시조시인 / 조선일보 /그림: 유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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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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