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春風) 봄바람
春風空蕩漾 (춘풍공탕양) 봄바람은 괜스레 살랑거리고
明月已黃昏 (명월이황혼) 어느새 달이 떠서 황혼 되었네.
亦知君不來 (역지군불래) 오지 않을 그대인 줄 잘도 알면서
猶自惜掩門 (유자석엄문) 그래도 문을 차마 닫지 못하네.
/복아(福娥)
영조 임금 시절 전라도 부안의 기생인 복아가 지은 시다. 황윤석의 '이재란고'에 복아의 어머니가 부안의 명기 매창(梅窓)의 후손이라는 사연과 함께 실려 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밑도 끝도 없이 싱숭생숭, 그리운 사람이 한결 더 보고 싶어진다. 기다리는 줄을 안다면 제가 먼저 찾아올 법도 하건만 해가 다 지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달도 환히 떠서 이제 밤이다. 긴긴 대낮에도 오지 않은 임이니 밤인들 올까? 그러나 오지 않을 줄 너무도 잘 알지마는 대문을 닫지 않는다. 늦어도 괜찮으니 문을 밀고 들어온다면 좋겠다. 겉으로는 여인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대문 닫기를 아쉬워한다는 석(惜)이란 글자에 살짝 드러내보였다. 모든 게 봄바람 탓이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