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눈 여기지 않는
가시나무 해당화
길가에 심겼더니
한 해를 못 넘기고
오늘에 사라졌네.
내 지난날엔,
그 향기
코끝에 머물렀다.
해풍을 머금어
태양을 삼켜 맺은 열매
내 어릴 적 꿈길을
열었고
헤매면서
그 향기로 자랐고
그 열매로 다졌다.
그 해당화,
어느 한 날에
진홍색 꽃을 피워
그리운 날의 나를 이끌더니
그만 가시만 남겼었다.
올봄에도
그리움을 찾아
머물곤 했는데
어느 한 날에
반 뿌리가 뽑혔다가
어느 한 날엔
송두리째 사라졌다.
해당화 울, 그 말뚝
둘려 쳤던, 그 노끈
물끄러미 뚫어보는
나를,
물고기 찾아 기웃대는 백로,
저마저 모른 척.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