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맑아야 비로소 책을 읽고 옛것을 배울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착한 행실을 훔쳐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데 이용하고, 한 마디 좋은 말을 들어도 이것을 빌려 자신의 잘못을 덮는 데 이용한다. 이는 바로 적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양식을 대어 주는 것과 같다.
♣♣♣
어느 날 링컨 대통령에게 선거 참모가 사람 하나를 요직에 추천해 왔다. 링컨은 그 사람을 만나보고 나서 곧 퇴짜를 놓았다. 선거 참모는 몇 마디 나눠 보지도 않고 퇴짜를 놓는 대통령의 처사가 못마땅해서, 사람을 잠깐 보고 그 됨됨이를 쉽게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링컨의 대답은 간단했다.
「 그 사람의 얼굴 때문이오. 」
「 얼굴 때문이라뇨. 그 사람의 얼굴이 어때서요? 」
「 얼굴이야 그 사람의 책임이 아니잖습니까? 」
「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오. 그 사람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시오, 어디 그 얼굴이 성서라도 한 구절 읽어 본 얼굴 같소? 」
사람의 교양은 얼굴에 나타나는 법이며, 그 제2의 얼굴을 읽을 줄 알았던 것이 링컨을 훌륭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링컨 자신이 정규교육은 거의 받아본 일 없이 독서로 모든 지식과 교양을 습득했듯이 그 사람의 독서량에 따라 나타나는 교양의 정도를 간파해 낼 수가 있었다.
미국의 화장품 회사로 “헤레나 루빈스타인”이라면 이름이 높이나 있다. 이 회사의 창설자인 루빈스타인 여사는 이런 말을 했다.
「 여자의 얼굴은 서른까지는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얼굴이지만 서른이 넘으면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갑니다. 」
그러니까 화장술이 아니라 내면적 충실과 정신적 생활의 심도에 따라 얼굴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내면적 아름다움이나 정신적 깊이 역시 그 사람의 독서량에 의해 좌우됨은 물론이다.
사르트르가 자신과 계약 결혼한 보부아르를 두고 “몇백 권 분량의 교양이 소화된 표정에 나는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고백한 것도 따지고 보면 얼굴이란 스스로 만들어가고 여기에 독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바로 말해주는 예가 아닌가 싶다.
조선조 세조, 성종 시대의 학자 김수온도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가려 쓰기로 이름 높았던 분인데, 얼굴이나 언행을 잠시 보고 그 사람이 “소학”만 읽은 사람인지 “사서”를 통달한 사람인지 “삼경”까지 익힌 사람인지를 알아맞히었다고 한다.
/ 손풍삼 엮음 - 이야기 채근담 - 학이시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