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아무리 때가 타고 빛이 바래도 눈이라.
천성은 결코 변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 사람의 실체가 드러나게 될 거라고 그렇게 믿으며 살았습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운명적인 해후랄까?!
고향의 어느 술집에서, 학창 시절 별명이 ´개´였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초, 중. 그와의 악연은 무척 골이 깊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주먹질을 주고받고 얼마나 많은 원망과 미움을 주고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몇 년의 세월로도 보상받지 못할 만큼의 앙금이 있었던 걸까요.
하지만 내가 여태껏 봐왔던 그 ´최악의 인간´은 애써 외면하는 내 눈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오랜만이다고. 반갑다고. 지나간 세월로도 풀리지 않았던 앙금들이 그 한마디에 눈이 녹듯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어진 그와의 대화는 마치 내 앙금들이 무안해하기라도 해야 할 만큼 너무도 편안 했습니다.
나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많이 변한 거 같다고.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천성이란 것,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수없이 변화하려고 몸부림쳐도 어느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면 그걸로 끝이라고 말이죠.
내 착각이었을까요? 그는 말합니다. 애초에 무난한 녀석들은 행복한 줄 알 아야 해. 그래도 인간답게 살아가자는 일념 하나로 하루하루 얼마나 큰 노력과 시간을 기울이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 관계로 우리의 만남은 이런저런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막을 내렸지만 그에게 못한 말이 있었습니다.
그 변화의 노력이 진짜 너의 변화 아니냐고.
세상에 변할 수 없다고, 못을 박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신년의 각오와 다짐, 담배, 술, 공부에 걸친 많은 분야에서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 애초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네. 천성이란 건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천성이란 어긋남을 바꾸기 위해 기울인 진실한 각오와 노력이 당신의 진짜 변화라고 한다면. 정말 변할 수 없는 것일까요.
우리는 어쩌면 변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변하기 위해선 기존에 있던 모든 것을 벼랑에 몰아세울 ´각오´ 정도는 있어야 하거든요.
모든 변화가 ´성장´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변하지 않는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멈춰서 그저 그런대로 살면, 결국 그저 그런 인간밖에는 될 수 없을 테니까요.
꼭 변해야만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변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이, 곧 당신의 보이지 않는 변화일 테니까요.
가끔. 한 번쯤은. 자문해보십시오. 지금 이 순간,
´나´는 변화하고 있습니까?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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