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季幼年五感
버들강아지가 여울물을 치고 놀 때 황소는 하품하여 매봉산 흔들었고 두렁 지른 바람결이 찔레꽃 향내면 누나가 캔 달래 김칫국을 마셔가며 구덩이 헐어 꺼낸 감자 씨눈 땄던 황혼에 되새기는 잊힌 봄 아른아른 .
풀꽃이 에워싼 온마을 채워 울리는 매미 쫓아 잡으려 마냥 허둥대다가 봉당에 비름나물 점심상 차릴 때면 돌아와 미역냉국 맞아 입 다시면서 숟가락 드니 끈적인 손등 뽀송뽀송 황혼에 새기는 잊힌 여름 아른아른.
허수아비 홀로 노랑 들판 지킬 때 깡통소리 들으며 벼만 이삭 숙였고 모락모락 저녁연기 굴뚝 내 풍기면 호박잎 치댄 살진 미꾸리국 먹으며 종댕이 놓칠세라 두 손에 힘주었던 황혼에 새기는 잊힌 가을 아른아른.
나뭇가지 비친 문 밝아 눈부실 때 고드름이 태 치면 까치울음 들리고 메주콩 끓는 내 파란 하늘 넓히면 동치미 국물 마시고 고드름 줍고서 곱은 손 비비며 화롯가에 달려갔던 황혼에 새기는 잊힌 겨울 아른아른.
9337.221002 / 외통徐商閏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