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세한도’에 그려진 실제 나무는 무엇인가? 문인화로서 마음속의 풍광을 그렸을 터이지만 그림의 모델은 있었을 것이다. 추사는 귀양지였던 제주 서귀포 대정마을에서 만나 익숙한 나무를 대상으로 삼지 않았을까 싶다. 대정 일대에는 침엽수로서는 소나무와 바닷가에 주로 자라는 곰솔[海松]이 흔하다. 그림에서 보면 집 앞의 비스듬히 자라는 오른쪽 고목은 껍질이 거북 등처럼 갈라지고 잎은 짧으나 부드러운 맛이 난다. 소나무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바로 옆 나무는 굵기가 소나무의 3분의 1 남짓하며 껍질이 세로로 길게 갈라지고 줄기도 곧다. 잎이 촘촘하고 솔잎이 억세다는 느낌이다. 곰솔을 떠올려 보면 바로 그 나무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집 왼쪽의 두 나무는 오른쪽 두 나무보다 지름이 가는 젊은 나무이다. 줄기가 곧으며, 가지는 거의 수평으로 뻗고 잎은 상하 짧은 직선으로 처리하였다. 역시 곰솔의 특징과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