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예방
1) 위험요인
발생기전
모든 암의 발생기전은 유사합니다. 정상적인 세포는 성장, 분화, 사멸이 적절히 조절되어 그 양이나 크기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한데 이런 과정 중 하나에서라도 이상 경우 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돌연변이 등으로 인해 비정상 세포(암세포)의 생성 및 사멸 과정이 조절되지 않으면 비정상 세포가 증가합니다. 발암 유전자(oncogene)나 종양 억제유전자(tumor suppression gene), DNA 수선 유전자(DNA repair gene) 등에 변이가 생긴 결과 세포의 성장이 억제되지 않는 반면 사멸은 억제되어 암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이 외에 세포의 성장에는 주변 혈관을 통한 산소 및 영양분 공급이 중요하고, 이 과정에 관여하는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 fibroblast growth factor), 인슐린양성장인자(IGF-1, insulin-like growth factor-1), 변형성장인자(TGF-α, transforming growth factor-α) 등 여러 성장인 자들과, 혈관 생성에 관여하는 혈관내피 세포 성장인자(VEGF,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도 종양의 성장에 매우 중요합니다.
갑상선암의 발생과 진행에도 위의 여러 인자가 복합적으로 관여하는데, 특히 갑상선자극호르몬(TSH, thyroid-stimulating hormone)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갑상선 세포의 성장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TSH가 분화 갑상선암 세포의 성장까지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갑상선 유두암의 경우 B-Raf라는 단백질의 생성에 관여하는 BRAF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갑상선 유두암
유전자 하나의 돌연변이가 암 발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갑상선암의 경우에도 여러 과정의 연속적 이상이 발병에 관여한다고 추론되고 있습니다.
세포의 대표적인 신호전달 경로 중 하나인 타이로신 키나아제 경로(tyrosine kinase pathway)의 활성화가 초기 단계의 갑상선암 생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음 단계(세포의 성장과 암의 진행)에 관여하는 요인과 기전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신호전달 경로를 이처럼 활성화하는 유전자 변화로는 RET/PTC재배열, RAS와, BRAF의 돌연변이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유전자의 변이는 서로 배타적으로 나타납니다. 즉, RAS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RET/PTC재배열과 BRAF 돌연변이는 나타나지 않는 등 돌연변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여포암
여포암은 유두암과 달리 요오드 결핍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며 RAS 유전자의 변이가 주로 발견됩니다. 이 외에 PAX8-PPARγ이라고 부르는 유형의 유전자 재배열도 흔히 나타납니다.
원인
방사선
갑상선암의 위험인자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잘 입증된 것은 방사선 노출입니다. 그리고 방사선으로 인한 갑상선암의 95% 이상이 유두암입니다.
방사선 노출의 대부분은 치료에 따른 노출과 방사선 유출 사고에 의한 노출입니다. 노출된 방사선 양에 비례해 갑상선 암의 발병 위험도가 증가합니다. 방사선이 0.1Gy(gray: 1 그레이는 1 킬로그램의 물질에 1 줄[J=joule]의 방사선 에너지가 흡수되는 것)를 넘는 경우 암 발생이 증가하며, 그 이하의 양에서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릴 적에 머리나 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 경우 갑상선암 발생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이 지역의 어린이들은 다른 지역 어린이 비해 5~8배 많이 갑상선암에 걸렸는데, 방사선에 노출된 나이가 어릴수록 발병 위험도가 높았습니다. 암은 방사선 노출 후 이르게는 4~5년 후부터 발생하지만, 30년 후까지도 발병 위험도가 높고, 30년이 지난 뒤엔 위험도가 감소, 하지만 정상인보다는 암에 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사선은 DNA 구조를 파괴하면서 RET/PTC라는 유전자의 이상을 유도해 갑상선암 발생률을 높입니다. 과거엔 편도선염, 흉선(가슴샘) 비대, 천식, 여드름 등 양성 질환 치료에도 방사선을 사용해 갑상선암 유발이 높았습니다. 최근에는 두경부 즉 머리와 목 부위의 악성 종양(악성림프종, 후두암 등)에 방사선 치료를 하는 수가 많은데, 이 경우 역시 갑상선 기능 저하증뿐 아니라 갑상선 결절 및 암 발생의 위험도가 증가합니다. 반면, 유방암의 방사선 치료 시에는 치료 방사선량이 아주 많음에도 불구하고 갑상선암의 위험도는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 방사선 측정에 쓰는 각종 단위
-방사능(물질이 방사선을 내는 능력)의 단위: 1 퀴리(Ci)=3.7×1010 베크렐(Bq). 1 베크렐은 1초에 한 개의 핵종(원자핵)이 붕괴하는 방사능 활동.
-방사선 조사(쪼이는 양)의 단위: 1 뢴트겐(R)=2.58×10⁻⁴ 쿨롬/킬로그램(C/kg). 이를 전리방사선(이온화 방사선) 단위라고 한다. 이 수식을 말로 풀면, 1 뢴트겐은 공기 1kg에 대하여 방출된 전리성 입자가 공기 속에서 2.58×10⁻⁴ 쿨롬의 전기량을 갖는 이온군을 생기게 하는 방사선의 세기다.
-방사선 흡수선량(어떤 물체가 쬔 방사선 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1 래드(Rad)=0.01×그레이(Gy)=1 센티그레이(cGy)
-선량당량(생물학적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의 양) 단위: 1 렘(rem)=0.01 시버트(Sv)=1 센티시버트(cSv)=10 밀리시버트(mSv). 1 시버트는 매 킬로그램당 1줄(J=joule)의 방사선량이다.
-엑스선 촬영을 한 번 할 때의 방사선 선량당량은 평균적으로 약 0.05 밀리시버트(mSv).
-500 밀리렘(mrem) 즉 5mSv는 보통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 받아도 아무런 영향이 없는 한계선량
-일상생활을 하면서 연간 받게 되는 자연 방사선량은 평균적으로 약 240mrem=2.4mSv.
유전적 요인
몇몇 가족성 질환이나 증후군 경우 갑상선암 발생이 증가합니다.
잘 알려진 가족성 갑상선암입니다. 가족성 수질암 증후군이라 하여, RET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갑상선 수질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체 수질암의 20%를 차지합니다. 부모에게 갑상선 유두암이나 여포암이 있을 때 자녀들의 갑상선암 발생 위험도는 아들이 7.8배, 딸은 2.8배 증가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분화 갑상선암의 약 10%에서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가족성 대장용종증(FAP, familial adenomatous polyposis)은 상염색체(보통 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인데, 이 환자들에게 갑상선암이 많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발생률과 사망률이 매우 낮기에 선별검사를 권고하지는 않습니다.
흔치 않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인 카우덴병(Cowden’s disease, 카우덴 증후군)에서도 암을 포함한 갑상선 이상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 갑상선 질환
갑상선종, 갑상선 결절, 만성 림프구성 갑상선염이나 그레이브스병(바제도병) 등 갑상선 질환을 앓은 사람들에게 갑상선암이 더 많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기타 원인
대부분의 갑상선암 환자는 발병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여러 요인이 제시되고 있으나 위에서 설명한 정도 외에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요소들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호르몬 요인
갑상선암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갑상선암과 여성호르몬, 생식 요인과의 상관관계가 관심을 많이 끌었습니다. 하지만 에스트로겐 제제 투여(경구 피임약이나 수유 억제제의 사용,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 치료) 등이 갑상선암 발생 위험을 키우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대체로 미약하며 연구 결과들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전의 자료들을 모아 분석한 최근의 연구에서는 인공 임신중절이나 첫 출산 당시의 나이가 많을수록 미약하지만 유의미하게 갑상선암의 위험도를 높이며, 경구 피임약 역시 위험도를 약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경구 피임제 투여를 중단할 경우 위험도가 점차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폐경 후의 여성 호르몬제 보충요법은 갑상선암 위험도를 높이지 않았습니다.
식이 요인
요오드: 요오드 결핍에 따라 장기간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이 작용할 경우 여포암 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요오드 결핍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그 연관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요오드가 풍부한 지역이므로 이 요인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십자화과 채소류: 양배추,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의 채소류에는 갑상선종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같이 함유된 항산화 성분들은 암 예방 효과가 있어서 이런 채소류를 많이 섭취했을 때 갑상선암 발생이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커피: 일본의 연구에서 커피 섭취가 갑상선암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했으나,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별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고칼로리 식이: 파스타, 빵, 감자, 버터, 치즈 등의 음식과 고칼로리 식이는 비만과 함께 갑상선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담배: 이전에는 관련이 없다는 보고가 많았으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담배가 갑상선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확실치는 않다. 하지만 담배에 갑상선자극호르몬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점이 이와 관련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성 유방 질환
유방암이나 양성 유방 질환들과 갑상선암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유방 질환 때문에 갑상선암의 위험도가 증가했다는 최근의 보고도 있는 만큼 앞으로 철저한 연구 조사가 필요합니다.
비만:최근의 대규모 연구들에서는 과체중 및 비만의 경우 갑상선암의 빈도가 증가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2) 예방법
예방법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갑상선암의 위험요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확실히 입증된 것은 방사선에의 노출(특히 어릴 때의 노출)과 유전적 요인, 이전의 갑상선종이나 양성 갑상선 결절 정도입니다. 따라서 알려진 요인 중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함으로써 발병을 예방하고, 그럴 수 없는 요인(유전 등)이 있다면 조기에 발견하여 바로 치료해야 합니다.
어릴 때는 될 수 있으면 얼굴과 목 부위에 방사선을 쐬지 않도록 하고, 악성 종양 치료 등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갑상선종이나 기타 증상의 발생 여부를 주의해서 살펴야 합니다.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으면 한층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갑상선 수질암의 가족력 경우엔 환자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반드시 RET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무를 검사해 이상이 발견되면 예방적 갑상선 절제술을 시행하고, 다발성 내분비종양증후군 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식생활과 관련해서 특별히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것은 없으며, 요오드와 십자화과 채소류 외에는 보호 요인으로 알려진 것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시마, 김, 미역 등 요오드가 풍부한 해조류를 즐겨 먹으므로 요오드가 부족한 경우는 드뭅니다. 십자화과를 비롯한 채소들에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므로 골고루 섭취하십시오. 또 비만 억제로 과식하지 않는 것,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도 갑상선암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흡연은 갑상선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그 대신 갑상선암 보다 예후가 나쁜 폐암, 후두암 등 다른 암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므로 두말할 필요 없이 담배는 피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또 경구 피임약이 갑상선 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그 연관성이 확실치 않습니다. 갑상선암 예방을 위해 경구 피임약의 사용을 중단하라고 권하지는 않습니다.
3) 조기 검진
조기검진
증상이 없는 성인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일상적인 갑상선암 검진(임상 촉진, 초음파검사)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다만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거나 영아기 또는 소아기에 얼굴과 목 부위 방사선 조사를 받은 적이 있거나, 환자가 갑상선암 발병불안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담하여 결정할 수 있습니다.//출처:국립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