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21.020321 진혼 6
죽는 연습이라도 하는 것인지 , 뼈마디가 으스러지고 , 세포가 갈가리 찢기는 과정에서 충돌하며 부딪는 아픔 , 관절마다 송곳으로 뚫는 아픔 , 아픔의 그 끝은 어떠한지 , 당신이 겪은 아픔을 나도 체험하고 싶소 . 병원도 가지 않고 약도 일체를 외면하고 하느님의 능력을 의심 없이 믿어 , 죽든지 살든지 하느님께 의탁하며 일주일을 버티고 그 고비를 넘겼소 . 오늘 비로써 육신의 안정을 찾았소 . 고해성사를 보러 가려던 참이었소 . 그래서 나도 걸음연습을 하려고 하오 . 전에 당신이 하듯 마루 끝에서 끝을 몇 번 걸었소 . 당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소 . 착각인줄 알면서 못 참아서 허둥거리오 . 당신이 준비해 놓고서도 힘이 없어서 제대로 앉아 쉬지 못한 이 안락의자에 당신대신 내가 앉았소 .
그동안 쉰 날만도 셀 수 없는데 당신을 제치고 또 앉아서 마주한 당신사진과 옆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나란히 옆 붙여 보며 , 한없는 그리움에 젖었소 . 뼈에 스며들고 있소 .
멀리 ‘ 모란 ’ 의 꽃 봉우리 되어 피어 잠든 당신의 육체를 생각하여 여기 방안에는 당신의 체취가 스민 이불과 요와 베개를 밤에는 그대로 당신과 함께 하고 낮에는 당신의 관인 양 모양 차려서 매일 옆에 두고 당신생각에 하염없소 .
당신의 사진 , 거울에 비친 내 얼굴 .
당신의 관을 차린 이부자리 , 내가 앉은 안락의자 .
이 네 개가 상호대칭이 , 교차 호흡함으로써 오늘을 내가 겨우 살아가는 것 같으니 산 것이 죽은 것이고 죽은 것이 산 것이듯 하오 . 당신이여 대답해보시오 . 이 모든 유형물이 내게 무슨 의미를 더하며 내 삶에 무슨 뜻이 있겠는가를 !! 부활의 그날을 기다리오 . /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