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감고 마음 열어
북새 꽃 담아내는 꽃샘 불러내 봄맞이하고서
겨우내 쌓여 먼지 묻은 눈 녹여 꽃밭 만들어
찔레꽃향이 가득한 꽃잎 떨어 물 위에 띄우고
어린 나 안은 산자락 펴내어, 온 들판 훑는다.
내 눈 감고 마음 열어
積亂雲 키워 천둥 번개에 눈짓, 논배미 물들여
새털구름 피워 실바람 얼려, 고갱이 쓰다듬고
햇볕 가리 쳐들린 깻잎 아래 개미 줄 선 한낮
베짱이, 노래 실은 들녘 걸으며 뙤약볕 쪼인다.
내 눈 감고 마음 열어
바랭이꽃, 하늘 높이 흔들어 땅 쓸어 뉘어서
알알이 튄 밤톨 줍는 다람쥐 얼려서 손짓하고
노을빛 붉은 서녘 땅거미 지운 내 모습 지켜
채송화의 봄날, 마음 헤며 동인 시절 바라본다.
내 눈 감고 마음 열어
빛바랜 풀잎 꽃 진 줄기 뉘어 눈밭 만들어서
끝내 버텨낸 고갱이 상서로운 기운 불어넣고
들판 아득히 눈길 넘어서 딴 세상 바라보며
사철 건너 앉은 세상 만나 버금가는 나 본다.
내 눈 감고 마음 열어
팔 올려 하늘에 걸어 땅 차 구름 타 올라가
내 있어 내 머물며 만난 이 낱낱 마주 보아
기쁨 차 얼싸안고 볼 비벼 돌돌이 맴돌면서
모든 날 모든 때가 마냥 이제로 되어 춤춘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