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9.011130 포항행 매달리고 울부짖는 아낙도 없고 손을 들어 흔드는 촌로 ( 村老 ) 도 없다 . 무연 ( 無緣 ) 의 고독과 고고 ( 孤高 ) 의 생을 택한 수도승처럼 되돌아 볼 이유도 , 손잡을 사람도 없이 앞만 보고 가는 ‘ 반공포로 ’, 아니 예비 (?) 국민 , 앞앞에 또 어떤 시련이 어떤 방법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 내 마음은 지금 어둠이 깔린 저녁들판에 외로이 홀로 서서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를 바라보면서도 정작 내가 갈 곳이 없어 망설이는 집 잃은 철부지의 심경이다 . 그러나 온전히 내가 택한 나의 길임을 새삼 다짐하고 결기를 이렇게 토한다 . 죽음의 한계를 극복한 내게는 외로움이란 한낱 사치스런 감정이다 . 이렇게 돌이질 하면서도 녹아 붙은 앙금이 씻기지 않는 대목이 있으니 그것은 어찌하여 양쪽 군대를 자원의 형식으로 나가는 것이 같으며 , 의지의 창인 내 눈빛을 확인할 사람 없이 나가는 것이 북에서나 남에서나 같아야하고 , 저승길에서조차 노자가 필요하다는데 동전 한 닢 없이 먼 길을 떠나야하는 서글픔이 같고 , 통일을 되 뇌이며 주먹을 불끈 쥐는 양태가 같은데 , 무엇이 이토록 나를 혼돈으로 몰아가는지 , 스스로가 혼돈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지, 알 길이 없는 의문 때문이다 . 돌보는 이 없는 잡초처럼 살아야 하는 운명인지 아니면 알량한 내 의지의 발산 탓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 허지만 기어코 북진통일이 이룩되길 바라면서 이번에도 초연히 전장으로 나가고 있다 . 이런 가운데도 분명 내게 희망을 주는 ‘ 보호자 ’ 가 뚜렷이 있다 . 이제까지 내가 움직이는데 필요한 천체의 배웅 (?) 이 밤하늘의 별이었지만 앞으로는 세상을 밝히는 하늘의 해와 흰 구름을 실어가는 순풍으로 바뀌고 있음이 이것이다 . 나는 이제 대명천지에서 기지개를 켠다 .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병력의무를 다하려 한다 . 겉으로 나타난 도식적 행동의 뒤 안에 숨은 잔잔한 본능적 향수가 여린 마음을 흔드는 이중적 심리를 외면할 수가 없는 것 또한 진실이다 . 나는 이럴 때마다 생명 ( 生命 ) 보지 ( 保持 ) 의 강한 충동을 느끼며 미래의 희망을 여기에 거는 습관이 어느새 자리 잡고 있다 . 그래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 /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