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가기 싫은 그 병원에 말이요. 당신의 앙상한 그림자가 보였소. 병원 업무과 앞에 자리하여 입원 순서를 기다리는 그 모습이 자꾸 아로새겨져서 뒤돌아보곤 하였소. 저녁 무렵이라서 어둠조차 깔려 더욱 외로워지는구려.
여보. 이승에서는 어쩔 수 없었더라도 저승에서, 하늘나라에서는 만복을 누려 못다 한 한을 마음껏 풀구려, 이다음 내가 갔을 때 당신이 누리든 복을 나에게도 나누어주구려. 꼭 환희의 춤을 추며 천사들과 함께, 여기 내가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여한 없이 즐기구려.
아무렴, 이승에서 못다 한 절경을 구경하구려. 나와 함께하지는 못했어도 성모 마리아님과 성인 성녀들의 은혜로 꼭 당신의 소원이 성취되었으리라 확신하오.
지상에서 내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 미사에 하루도 빠짐없이 참례하고 또 집에서는 성모 마리아 님께 촛불을 밝혀 특별한 청원의 기도를 드리는데, 내 간구를 들어 전구(轉求)할 것으로 압니다.
‘수앙’이로부터 전화가 왔구려.
그리고 ‘명자’ 처제가 전화했는데 울면서 우리 안부를 묻습디다. 모두 울고, 불며 한 달이 겨우 갔구려.
추운 날씨에 육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말고, 거추장스러운 담즙 관을 생각하지 말고, 훨훨 날아다니구려.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