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랑’ 밑 비켜 염원의 박 씨 모시고
나뭇가지 둘러 꽂아 그늘 지워 축이니
닭, 병아리 불러 언저리 돌며 봄을 익혔다
바람이 순 더듬이 간질여 줄 태우고
햇볕이 떡잎 떼고 줄기 감싸 키우니
별빛을 타고 내린 이슬은 흰 꽃을 피웠다
어머니 발꿈치 들썩여 양팔 흔들 때
지붕 위 철부지의 양손이 춤췄으니
짚똬리 타앉은 박 덩이 탯줄이 끊겼다
봄, 박꽃이 필 때 내 꿈 아롱졌고
여름, 바가지 여물 때 내 머리 굳고
가을, 박나물 먹을 때 내 이웃 아우르고
겨울, 박 탈 때 나 세상을 알았는데
오늘. 사색(思索)의 차원(次元)에
찾아도 볼 수 없는 박꽃, 바가지
내 발자취, 황혼의 시름 애달프다.
8119.160819/외통徐商閏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