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랑’ 밑 비켜 염원의 박 씨 모시고
나뭇가지 둘러 꽂아 그늘 지워 축이니
암탉은 병아리 불러 돌며 봄을 익혔다.
바람이 순 더듬이 간질여 줄에 태우고
햇볕이 떡잎 떼고 줄기 감싸 키우더니
별빛을 타고 내린 이슬은 꽃을 피웠다.
어머니 발꿈치 들썩여 양팔을 흔들 때
지붕 위의 철부지가 두 손을 춤추더니
짚 똬리 타 앉은 박 덩이 탯줄 끊겼다.
봄바람, 박꽃 필 때 내 꿈도 아롱졌고
한여름, 박 덩이 여물면 내 키도 컸고
가을에, 박나물 먹으며 이웃 아우르고
겨울에 박 타면서 나는 생활을 익혔다.
오늘에 지난 세월 더듬는 생각만 깊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박꽃과 바가지가
내 발자취 더하는 황혼 시름만 아리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