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반까지 지성계에서 거두로 활약한 삼연(三淵) 김창흡의 시다. 동해를 거슬러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바다를 읊었다. 그에게 바다란 만고의 세월 동안 변함없고, 오로지 우주와 상대할 수 있는 광활한 존재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바다 앞에서 바다의 위엄에 탄복한다. 이어서 그 앞에 선 자신의 존재에 생각이 미친다. 명예와 박학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노력이란 얼마나 미약하며, 기쁨과 슬픔을 말하는 것은 또 얼마나 사소한가? 바다를 마주하면 인간 존재의 근본을 생각하며 절망이 아니라 희망의 새 힘을 얻는다. 기분 좋게 휘파람 불고 솔뿌리 베고 누울 수 있다.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