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 아래 등줄기
고추 가지 오이 호박 함께 타들어가는 데
후두두두 떨어지는 빗방울
산돌림하며 몰려오는 소나기 떼
허둥지둥
채마밭 뛰쳐나와 다락으로 숨어들었다
호랑이 목침 베고 큰대자로 드러누워
허공의 파리 쫓다 말고
콩 타작하는 마당의 빗소리 들으며
한잠 청할 때
드르렁 드르르렁 구들장 떠메고 가는
팔만이랑 갈아엎던 아버지 쟁기질 소리
/장하빈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