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손

시 두레 2013. 6. 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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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굴손 

 

       어린 딸의 하루하루를 맡겨두는 이웃집

       구석진 벽으로 가서 덩굴손을 묻고 울던 걸

       못 본 척 돌아선 출근길

       종일 가슴 아프더니

 

       담 벽을 타고 넘어온 포도 넝쿨 하나

       잎을 들추니 까맣게 타들어간 덩굴손

       해종일 바지랑대를 찾는

       안타까운 몸짓

 

       저물어서야 너를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촉촉한 네 손 자위를 꼬옥 부여잡고 걸으면

       "아침에 울어서 미안해요"

       아빠를 위로하는구나.        /염창권

 

   어린 딸과 아빠의 마음이 참 애잔 도 하다. 이 땅의 아빠 엄마가 아침마다 '꼬옥' 잡고 데려가 안쓰럽게 떼어놓고 오는 '촉촉한' 손들이 팔랑거린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어린 아들 딸이 '구석진 벽으로 가서 덩굴손을 묻고' 눈물을 훔쳤을까. 직장에서 늦어지는 엄마 아빠를 혼자 남아 기다리는 아이는 또 얼마나 캄캄한 시간을 견뎌야 할까. 어린 손은 '담 벽을 타고 넘어온 포도 넝쿨 하나'에도 문득문득 어룽댄다. 그렇게 '까맣게 타들어간' 시간은 아이나 부모 모두에게 새겨지고 있을 것. 그런데 '저물어서야' 찾아 집으로 데려오는 길에 어린 딸이 오히려 아빠를 위로한다! 그래서 내일도 딸을 맡기고 일하러 갈 수는 있겠지만, 탁아는 국가적 대책이 정말 화급하다.      /정수자·시조시인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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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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