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
초콜릿색 피부에 컬러풀한 경기복,
마른 미역단 같은 머리칼에 짙은 색조 화장,
길게 이어붙인 색색의 이미테이션 손톱으로
그녀는 관중들의 공통된 소실점이 되고 있었다.
탕 소리와 함께 총알처럼 폭발하는 그녀의 본능적인 스타트,
발산하고 발광하는 근육,
그 머리채에 휘감긴 뼈들의 유기적이면서
능수능란한 몸놀림은 소리 없이 차분했고
그래서 더더욱 힘에 넘쳤으며 고지는 순간이었다.
완벽한 어떤 조율의 증거는
저절로 터져 나오는 환한 미소…
오오 축복하노라 대지여…
무릎 꿇고 트랙 위에 입 맞추는 그녀는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자의 역사다.
10초 49
죽어서도 살아 있는
그녀,
詩.
/김민정
1988년 서울 올림픽 3관왕. 이때 세운 100m, 200m 세계신기록은 지금껏 깨지지 않고 있다. 1998년 심장마비로 죽었다.
누군가는 여성의 육체를 전쟁터라고 했다지! 욕망의 대상으로 보자면 전쟁터요 미의 대상으로 보자면 그것은 숭고한 정신의 조형. 무엇을 그 아름다움에 비유할 것인가. 그 약동, 조화, 균형, 게다가 속력이라니. 욕망과 비루한 일상의 근심과 비애들을 일거에 털어내 버리고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 통쾌가 곧 구원이요 삼매요 입정(入定) 아니겠나. 우리들의 공통된 기억 속에 그러한 숨결이 있었으니 바로 88올림픽 때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라는 흑인 육상 선수다. 그이의 '스포츠'는 허툰 지식 나부랑이를 단박에 무력화시키는, 경외(敬畏) 이상의 무늬를 만들며 달렸고 빛났고 아름다웠다. 이 봄날, 자기로부터의 굳은 막을 뚫고 도약하고 싶은 날들이다. 우당탕탕… 내면에 이러한 소리가 한번 지나가야겠다. 스포츠의 그 역할, 시와 무엇이 다르랴.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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